이름이 퀄리티를 말해줄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하츠입니다.
크레를 오래 보다 보니
한 가지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우리는 개체를 보기 전에
라인명이나 모프명부터 확인하고 있지는 않을까.
어떤 라인의 후대인지,
어떤 모프인지,
어떤 유명 개체의 자손인지.
저 역시 브리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라인과 혈통이 얼마나 중요한 정보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이름이 개체의 퀄리티까지
대신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명한 라인의 후대라는 말을 들으면
조금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
익숙한 모프명이 붙어 있으면
그 이름 자체에 기대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크레를 오래 보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비슷한 경험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러 개체를 보고,
같은 부모에게서 나온 형제들을 비교하고,
베이비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같은 라인,
같은 부모,
같은 모프 안에서도
표현의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큽니다.
어떤 아이는 커버리지가 좋고,
어떤 아이는 화이트의 밀도와 질감이 좋고,
또 어떤 아이는 구조나 색감, 패턴의 조화가 더 돋보입니다.
같은 이름 아래 있다고 해서
모두 같은 퀄리티로 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모프를 구분하는 기준 역시
항상 명확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유전적으로 명확하게 구분되는 모프가 아니라
패턴의 범위와 형태, 색감이나 표현을 기준으로 나뉘는 패턴 모프일수록
그 경계는 더욱 애매해질 수 있습니다.
같은 개체를 두고도
누군가는 특정 모프로 분류하고,
누군가는 다른 기준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분양자나 브리더마다
어느 정도의 표현부터 해당 모프명으로 부를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조금씩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모프명 하나만으로 개체의 수준까지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보다
그 이름을 붙이게 만든 형질이
실제로 개체 안에서 얼마나 잘 표현되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라인이나 모프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보다
우리가 개체의 ‘퀄리티’를
무엇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한 번 같이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봅니다.
만약 이 개체의 라인명을 모르고 봤다면
나는 이 아이의 어떤 부분을 먼저 봤을까.
유명한 부모의 이름을 모르고 봤더라도
과연 같은 평가를 했을까.
저 역시 브리딩 결과를 공유할 때
가능하면 개체 자체를 먼저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라인이나 부모의 이름이 먼저 보이면
그 이름 자체가 하나의 색안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라인명을 앞세우기보다
눈앞의 개체가 어떤 표현을 보여주고 있는지를
먼저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라인명과 모프명을 잠시 내려놓고 보면
오히려 개체 자체가 더 잘 보일 때가 있습니다.
커버리지는 얼마나 잘 자리 잡고 있는지,
화이트의 밀도와 질감은 어떤지,
색과 패턴은 서로 잘 어우러지는지,
구조와 전체적인 밸런스는 어떤지.
그리고 그 개체만의 가장 좋은 표현은 무엇인지.
물론 혈통과 라인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혈통은 그 개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형질을 이어받았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며,
라인은 앞으로 어떤 특징을 기대하고
어떤 방향으로 브리딩을 이어갈지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됩니다.
다만 그 이름만으로
지금 눈앞에 있는 개체의 퀄리티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라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그 안에서 어떤 형질을 선택하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방향으로 이어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 번 좋은 개체가 나오는 것보다
의도했던 특징이 다음 세대에서도 이어지고,
그 표현이 조금씩 더 선명해질 때
비로소 그 라인만의 색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은
“무슨 라인이지?”
라는 질문과 함께
“이 개체 자체의 좋은 점은 무엇이지?”
를 같이 보려고 합니다.
어쩌면 크레를 보는 재미도
이런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인명도,
모프명도,
혈통도 모두 중요합니다.
다만 그 이름들이
개체를 바라보는 기준보다
먼저 오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눈앞에 있는 개체가
실제로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지,
한 번쯤 같이 바라봐도 좋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