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브리딩은 망했다.
브리딩의 방향성에 대하여
커뮤니티에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글을 적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적다 보니 긴 글이 되었지만, 앞으로 입&분양 그리고 브리딩까지 생각 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글을 적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리딩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파충류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2세를 한번 보고 싶다.”
“직접 브리딩을 해보면 어떨까?”
저 역시 처음에는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시장을 계속 경험하다 보니, 단순히 번식을 하는 것과 명확한 목적과 방향성을 가지고 브리딩을 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브리딩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1.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2세를 보고 싶은 경우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을 부모로 두고, 그 아이들의 2세를 직접 보고 싶은 경우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새끼를 직접 보고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브리딩을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 가지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어난 아이들을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브리딩은 생각보다 빠르게 개체 수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베이비 한두 마리가 태어나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예쁘지만, 지속적으로 번식이 이루어지면 어느 순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육 공간이나 관리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도 있고, 처음 가졌던 관심과 애정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베이비를 보고 싶다”는 이유로 브리딩을 시작한다면,이후의 관리까지 충분히 고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 브리딩과 함께 분양까지 생각하는 경우
제가 오늘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두 번째입니다.
단순히 2세를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들의 분양까지 명확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처음부터 자신만의 브리딩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헤넥톤은 현재 순혈 바브와 텐저린 트라이를 중심으로 브리딩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화이트의 분포도가 상당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화이트의 분포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높은 화이트 분포도의 개체가 고퀄리티로 평가받을 것이고, 그 가치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장이 계속 발전하고 브리딩 수준이 높아질수록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아이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조금만 찾아보면 정말 좋은 아이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좋은 화이트, 더 좋은 패턴, 더 강한 색감, 더 좋은 구조를 가진 아이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슷한 수준의 좋은 아이들이 많아졌을 때 단순히
“화이트가 많이 들어갔다.”
“패턴이 화려하다.”
라는 것만으로는 그 브리딩만의 특징을 설명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화이트가 많이 들어간 아이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화이트가 넓게 뒤덮인 아이, 높은 화이트 밀도와 완성도 높은 패턴을 가진 아이들은 앞으로도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슷한 방향의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어디에서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진 아이인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브리딩을 하는 사람이라면 본인만의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색감을 추구할 것인지,
어떤 질감을 만들어내고 싶은지,
어떤 패턴을 선호하는지,
어떤 구조와 밸런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어떤 형질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고 싶은지.
이런 것들이 모여 결국 브리더만의 방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3.내가 생각하는 브리딩(시장은 어디로가는가?)
저는 브리딩이 단순히 좋은 표현형을 가진 두 아이를 교배하는 것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형질을 남길 것인지, 어떤 형질을 강화할 것인지, 그리고 그 형질이 다음 세대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계속 관찰하고 기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형질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부모 세대의 표현형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혈통과 이전 세대에서의 발현, 부모의 특징, 2세에서 나타나는 표현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세대의 부모를 다시 선발하고 조합하는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과정이 여러 세대에 걸쳐 쌓이면서 하나의 브리딩 라인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브리딩에서 선발과 기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이 아이가 예쁘다.”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왜 예쁜가?”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드는가?”
“그 특징을 다음 세대에서도 이어가고 싶은가?”
“그렇다면 어떤 조합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을까?”
를 계속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그런 방향을 보고 브리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화이트의 양이나 패턴뿐만 아니라 색감, 질감, 구조, 전체적인 밸런스와 완성도를 함께 볼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트라이 계열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히 화이트가 얼마나 넓게 들어갔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색감이 올라오는지,
색이 얼마나 깊고 선명한지,
화이트가 어떤 질감으로 표현되는지,
등과 목의 구조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성장하면서 어떻게 변화하는지까지 함께 보려고 합니다.
결국 제가 생각하는 브리딩은 현재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성장할지, 그리고 그 특징을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4.좋은 브리딩만으로 충분할까?(마케팅)
여기서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좋은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과 사람들이 그 아이를 알아보게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표현형을 가진 아이를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존재를 모른다면 자연스럽게 찾아와 주기는 어렵습니다.
지금은 조금만 검색해봐도 정말 좋은 아이들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좋은 색감과 패턴, 높은 화이트 밀도와 좋은 구조를 가진 아이들이 이미 많고,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입니다.
그만큼 단순히
“나는 좋은 아이를 가지고 있다.”
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브리딩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브리딩의 방향과 결과물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마케팅 역시 브리딩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방향으로 브리딩하고 있는지,
왜 이런 아이를 만들고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부모를 선발하는지,
그리고 내가 만들어가는 아이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꾸준히 보여줘야 합니다.
단순히 사진 한 장과 분양 정보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이 사람이 어떤 생각으로 브리딩을 하고 있는가?”
를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아이만 보고 브리더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브리더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방향성,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까지 함께 기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브리딩 + 나만의 디자인 + 마케팅
이 세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아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출발점이라면,
나만의 디자인은 그 브리딩을 구분해주는 기준이고,
마케팅은 그 기준과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브리딩을 하고 있어도 보여주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아무리 마케팅을 잘하더라도 그 안에 자신만의 브리딩이 없다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좋은 아이를 만드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 사람인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5.헤넥톤이 생각하는 ‘헤넥톤다운 아이’
저희는 누가 보더라도
“이 아이는 헤넥톤에서 나온 아이 같다.”
라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저희에게 입양을 문의해주시는 분들을 보면 일반적인 반려 목적의 분들뿐만 아니라 직접 브리딩을 하고 계신 개인 브리더&업체 사장님들도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그분들 역시 각자의 브리딩 디자인과 방향성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 안에 저희가 만들어가고 있는 색감과 질감, 계통의 특징을 더해 본인만의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의 분양이 단순히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새로운 브리딩에 참여하고,
그 결과물이 다시 다음 세대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표현형과 새로운 방향이 만들어지는 것.
그렇게 각자의 브리딩이 쌓이면서 전체적인 시장의 수준도 함께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장에 좋은 아이들이 많아지는 것을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아이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좋은 아이들이 많아질수록 브리더 각자가 가지고 있는 기준과 철학은 더욱 선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6.그래서 나의 브리딩은 망했다.
브리딩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들의 2세를 보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이유이고, 오랜 시간 하나의 계통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지금의 방향을 완벽하게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계속 실패하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조합에서 원하는 표현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고,
기대했던 형질이 생각보다 쉽게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은 몇 년이 지나서야 결과를 확인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목을 「나의 브리딩은 망했다」라고 지었습니다.
망했다는 것이 정말 실패했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계속 망하고, 실패하고, 다시 고민하면서 방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브리딩을 하다 보면 결국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과를 만나게 되고, 그 결과를 통해 또 다른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저는 그 과정 자체가 브리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저희 헤넥톤의 브리딩이 완성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도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리딩을 하고,그 결과물을 기록하고,사람들에게 보여주고,피드백을 받고,
다시 다음 세대의 브리딩에 반영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브리더가 되고 싶은지를 계속 고민하는 것.
저는 이 모든 과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헤넥톤의 아이를 보고
“이건 헤넥톤다운 아이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
그때는 제가 생각했던 ‘나만의 브리딩’에 조금은 가까워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