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키에너스가 소리를 냈다면, 바로 “화났다”고 보면 될까요?
밤에 사육장 쪽에서 낯선 소리가 들리면 귀가 먼저 쫑긋해지죠.
“방금 리키가 낸 소리 맞아?”
그다음에는 이런 질문이 따라옵니다. “혹시 나한테 화난 건가?”
리키에너스(Rhacodactylus leachianus)는 발성이 알려진 뉴칼레도니아 게코입니다. 다만 소리가 났다는 사실과, 그 소리의 뜻을 알아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예요. 오늘 렙뮤앤쥬 구미점에서는 이 둘을 잠깐 나눠보겠습니다.
■ 소리를 낸다 = 늘 같은 뜻이다?
Burpee 자연사박물관은 리키에너스가 여러 발성을 하며, 경쟁 개체를 경고하거나 짝을 유인하는 것과 관련된다고 소개합니다.
현장 관찰과 사육 경험을 담은 de Vosjoli·Fast의 글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더 구체적이에요. 저자들은 야생과 사육에서 발성을 들었으며, 영역과 관련해 해석한 소리뿐 아니라 은신처에 다른 개체가 들어온 상황, 붙잡힌 상황 등의 소리도 기술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이것을 “이 소리는 분노, 저 소리는 반가움”이라는 번역표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저자들의 관찰과 해석이지, 모든 개체의 모든 소리를 같은 뜻으로 검증한 결과는 아니거든요. 귀에 비슷하게 들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상황이라고 묶을 수도 없습니다.
■ ‘무슨 소리?’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지?’
가령 “문을 열자 소리가 났다”와 “아무도 접근하지 않은 밤에 소리가 들렸다”는 기록은 다릅니다. 이것만으로 각각의 의미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만 떼어 적는 것보다 당시 맥락을 남길 수 있어요.
언제 들렸는지, 직전에 문을 열거나 주변 물건을 움직였는지, 개체가 어디에 있었는지, 몸은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짧게 적어보세요. 가능하면 방해하지 않는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남은 영상·음성과 함께요.
“화가 났다”는 해석보다 “문을 연 직후, 나무 구멍 입구에서 몸을 뒤로 뺐다”처럼 보이고 들린 일을 먼저 쓰는 방식입니다. 해석을 지우자는 뜻은 아니에요. 관찰한 내용과 내 생각을 구별해두자는 거죠.
■ 더 듣고 싶어도, 일부러 재현하지 않기
신기한 소리가 들렸다고 다시 들으려고 붙잡거나 은신처를 건드릴 필요는 없습니다. 소리를 내게 만드는 장면보다, 평소 생활을 방해하지 않고 쌓은 기록이 이 주제에는 더 잘 맞습니다.
소리 하나로 성별·성격·건강 상태나 안전한 접촉 여부까지 판정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예요. 이 글은 소리를 이용한 진단법이나 핸들링 신호표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리키의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무엇부터 궁금했나요? 소리 흉내만큼이나 “그때 어떤 상황이었는지”도 함께 떠올려보면 이야기가 한층 풍부해집니다.
참고 자료
Burpee Museum — New Caledonian Gecko
https://burpee.org/zoology/new-caledonian-gecko/
de Vosjoli·Fast — Notes on Three Species of New Caledonian Geckos, The Vivarium 6(6), 발성 부분(인쇄 29쪽)
https://lmreptiles.com/wp-content/uploads/2022/09/The-Vivarium-v.6-6.pdf
렙타일 아트 뮤지엄&Zoo 렙뮤앤쥬 구미점
경북 구미시 인동54길 32-36 1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