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도마뱀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지 확인해 보세요
제가 처음 브리딩을 시작할 때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안 들었습니다 . “나는 다르겠지.” “나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열정 하나만 가지고 달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보면 가장 후회되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깨달은 세 가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본인의 취향을 확실히 정하세요. 개체를 데려오기 전에 “ 나는 어떤 개체를 세상에 선보이고 싶은가 ?” 그리고 “ 나는 왜 브리딩을 하려고 하는가 ?” 이 두 가지는 정말 확실하게 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피들 구경하다가 “오? 이런 타입 예쁘네.” “나도 한번 해볼까?” 정도로 시작하다가는 나중에 라인을 싹 갈아엎으면서 땅을 치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적어도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어떤 개체를 만들고 싶은지는 생각해보고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2️⃣ 처음부터 규모를 너무 키우지 마세요. 1번과도 연결되는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갈대라서 처음에 정했던 취향도 계속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처음 브리딩을 시작하면 보통 경주마가 됩니다. 하루에 10마리, 한 달에 100마리도 우습게 데려옵니다. 그렇게 미친 듯이 달리다가 잠깐 숨을 고르려고 한 발짝 떨어져서 내 사육방을 바라보면… 눈앞이 깜깜합니다. “얘는 내가 왜 데려왔더라?”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입니다. “ 아… 내가 왜 릴리를 시작했지 ?” 이 생각이 드는 순간부터는 조금 복잡해집니다. 바로 투자금 때문입니다. 재분양을 보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 데려왔던 가격의 절반을 받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처음 분양받은 곳에서 바가지를 쓴 걸까요? 아닙니다 . 여러분이 데려올 당시에는 이미 검증되고 신뢰가 쌓인 곳에서 데려오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브리딩을 시작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신뢰가 쌓여 있을까요? 전혀 아니죠 . 아무리 “누대가 좋다.” “베이비가 잘 나온다.” “어디 출신이다.” “어디 메인이다.” 라고 이야기해도, 고객 입장에서는 “ 그 가격이면 그냥 그곳에서 데려오지 .” 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 브리딩을 시작할 때 중복투자를 하지 말고 차라리 고퀄리티 개체를 데려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 시작하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몇 년 동안 가정에서 크레를 키우고 소소하게 브리딩도 해보면서 본인이 좋아하는 개체가 확실해진 분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이미 여러 개체를 직접 보고 본인의 취향과 방향이 어느 정도 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말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일단 감당할 수 있는 규모와 가격에서 브리딩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 아, 이 길이 나한테 맞다. ” 라는 확신이 들었을 때 그때 제대로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이름값, 중요하지만 맹신하지 마세요. 이것도 결국 브리더 본인의 경험과 안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유명 브리더의 메인 개체 2세, 600만원. 아주 예쁩니다. 누대도 좋고 고정력도 좋을 겁니다. 그런데… 그 개체 하나가 브리딩을 책임져주지는 않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 한 마리 데려와서 암컷 대충 붙이면 브리딩 끝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서왕의 엑스칼리버를 가지고 있어도 그 검으로는 흑백요리사에 출전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동네 마트에서 산 2만원짜리 식칼이 더 나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도구를 가지고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 라고 생각합니다. 브리딩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본인의 브리딩 가치관과 방향을 확립하고, 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형질, 그 형질을 가진 개체의 누대, 그리고 실제 고정력 을 찾아보는 겁니다. 그때 비로소 이름값이 가진 힘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물론 이 이야기가 모든 분들에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 역시 아직 경험이 부족한 브리더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정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처음 브리딩을 시작할 때 주변 사장님들이 왜 이런 조언을 해주셨을까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분들도 이미 한 번 겪어봤던 길 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는 다를 거야.” “내 안목은 틀림없어.” 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정에 불타서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습니다. 결국 다시 빠꾸해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요. 그래서 지금 브리딩을 시작하려는 분들 중 저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 분이라도 이 글을 보고 조금 덜 돌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저처럼 한 번 돌아와서 배우지 마시고, 조금 천천히 시작하셔도 괜찮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