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없이 태어난 베이비, 엄마와 100% 똑같은 클론일까? (처녀생식과 유전의 비밀)
안녕하세요. 경북 구미에서 크레키우는 후크레선장 입니다.
오늘은 6년간 크레를 키우면서 신기했던 경험들중 처녀생식 에 대해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저는 최근에 가장 신기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처녀개체 노멀 암컷이 산란을 했는데 처녀생식이 되었고 무사 해칭까지 경험하였는데 하나는 노멀, 하나는 릴리 폼 형태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정리했던 내용들을 조금 작성할까 합니다. 아마도 제 추측(가설)들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우선 그 내용을 정리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처녀생식 해칭 개체들
우선 정보글이다 보니 처녀생식에 대해 조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레스티드게코를 키우다 보면 수컷과의 합사 경험이 전혀 없는 암컷이 무정란 대신 유정란을 낳고, 심지어 해칭까지 성공하는 신기한 일을 접하곤 합니다.
이러한 '처녀생식(단성생식)'을 보며 많은 집사님들이 궁금해합니다.
"아빠 유전자 없이 엄마 유전자로만 태어났으니, 베이비는 엄마와 100% 똑같은 클론(복제)일까?"
"노멀 폼 엄마한테서 릴리화이트 같은 우성 모프가 나올 수도 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을 시작으로 세포학적 메커니즘부터 유전적 이야기까지 최대한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1. 정자 없이 알이 부화하는 이유: 세포학적 비밀
원래 생명체가 태어나려면 엄마의 난자(유전자 반쪽, n)와 아빠의 정자(유전자 반쪽, n)가 만나 완전한 한 쌍(2n)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수컷이 없는데 어떻게 유전자 두 세트(2n)가 채워질까요?
버려지는 세포, '극체(Polar Body)'의 반란
난자가 만들어지는 감수분열 과정에서는 영양분을 몽땅 가진 진짜 난자 1개와, 유전자 반쪽만 가진 채 버려지는 부산물 세포인 '극체(Polar body)'가 생깁니다.
정상적인 번식에서는 이 극체가 자연스럽게 소멸하지만, 처녀생식이 일어날 때는 소멸해야 할 극체가 정자 역할을 대신하여 난자 속으로 다시 들어가 융합(n + n = 2n) 해 버립니다. 이 현상을 생물학에서는 '말단 융합 자동혼합(Terminal Fusion Automixis)'이라고 부릅니다.
2. 처녀생식 베이비는 엄마와 100% 일치하는 클론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닙니다. 100% 똑같은 클론이 아니라 '반(Half) 클론'에 가깝습니다."
염색체 교차(Recombination)라는 변수
난자가 만들어질 때 엄마의 유전자는 그대로 복사되는 것이 아니라, 세포 안에서 유전자끼리 서로 섞이는 '교차' 과정을 거칩니다.
여기서 갑자기 궁금해져서 그럼 열성 모프는 처녀생식하면 열성 모프 그대로 복제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동형접합성(Homozygosity)의 극대화: 엄마 유전자 중 한쪽 줄기만 복제되어 두 세트를 형성하기 때문에, 엄마가 가지고 있던 열성 유전자가 베이비에게는 두 개 모두 겹쳐서 발현(열성 순종) 될 확률이 매우 높아집니다.
확실히 열성모프는 처녀생식시에 열성모프 그대로 해칭될 확률이 있어 보입니다.
혹시 경험이 있으신 분들 계신가요? ㅎㅎ
외형의 차이: 따라서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유전자 재료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와 핀 스트라이프, 스팟, 채색 등의 형질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3. 노멀 암컷의 처녀생식에서 '릴리화이트'가 나올 수 있을까?
종종 커뮤니티에서 경험담이 있는데 노멀x노멀 조합인데 릴리가 나왔어요 또는 제가 경험한것 처럼 처녀생식인데 릴리화이트가 나왔어요 입니다.
유전학적 결론은 "우성 유전의 법칙상 불가능하며, 릴리처럼 보인다면 다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입니다.
그렇다면 왜 릴리화이트처럼 보일까?
돌연변이(Mutation): 극히 희귀한 확률로 발생한 유전자 돌연변이일 수 있습니다.
정자 저장(Sperm Storage): 수컷과 합사한 지 수개월~1년 이상 지났더라도 정자를 저장해 두었다가 뒤늦게 유정란을 낳은 진짜 교배 부화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이전 교배했던 암컷이 아니라면 처녀생식으로 나온 릴리화이트는 돌연변이 일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데요.
우선 처녀생식이라는 것은 세포학적 메커니즘으로 봤을때 극체(Polar Body) 이 친구에 의해 가능하며 극체의 경우 완전한 개체로 부터 받은 유전자 폼이 아니기 때문에 돌연변이를 일으킬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여기서 또 궁금한 점 이 생겼습니다.
릴리화이트의 출생은 그럼 교배의 의한 번식이 아닌 처녀생식으로 발생된 돌연변이 개체로 우연히 브리딩을 했을때 유전적 형질이 다음세대에 영향을 주는 우성의 형태로 발생한게 아닌가? 입니다.
바로 릴리화이트를 발견해낸 영국(UK)의 저명한 크레스티드 게코 전문 브리더, 닉 럼(Nick Lumb)이 운영하는 릴리 엑조틱스(Lilly Exotics). 의 릴리화이트 프로젝트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Lilly White Crested Gecko History
The name “Lilly White” was coined by the breeder Nick Lumb of Lilly Exotics, who established the trait. Lilly Exotics is in the United Kingdom and discovered the trait when a unique gecko hatched out in late 2010. This white creamy gecko was different than all the other geckos and they kept it for their own breeding project.
*출처. https://www.corchgeckos.com/lillywhite.html?hl=ko-KR
릴리 화이트 크레스티드 게코 히스토리
"릴리 화이트"라는 이름은 릴리 이그조틱스의 브리더인 닉 럼이 그 특성을 확립하면서 지었습니다. 릴리 이그조틱스는 영국에 있으며, 2010년 말에 독특한 도마뱀붙이가 부화했을 때 그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이 하얀 크림색 도마뱀은 다른 모든 도마뱀들과 달랐고, 그들은 자신들의 번식 프로젝트를 위해 이 도마뱀을 키웠습니다.
아쉽게도 위 내용에서는 릴리화이트가 처음 발견된게 어떤 부모의 조합에서 나왔다라는 내용을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 내용이 제가 경험한 내용과 일치하다면 아마도 첫 발견된 릴리화이트는 아마도 처녀생식 이지 않았을까? 로 추측이 됩니다.
*해당 내용 관련해서 더 자세히 아시는 분들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릴리화이트x릴리화이트 조합에서 슈퍼폼이 치사유전인 이유도 제생각엔 극체(Polar Body) 의 돌연변이로 발생된 릴리화이트 자체가 애초에 완전 하지 못한 형태의 유전자 형태에서 발현되었다 보니 이 두 유전자가 들어가게 되면 유전적 구조상 완전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치사유전으로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 내용은 제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작성한 가설들 입니다.
가설 1: 릴리화이트의 우성 유전자는 처녀생식(극체 결합) 과정에서 발현된 것인가?
[가설 요약]
원래 노멀 모개체였으나 처녀생식 도중 발생한 난자와 극체(Polar body)의 결합 과정에서 유전자 돌연변이 혹은 특정 형질의 극대화가 일어나 '릴리화이트'라는 우성 유전자가 최초로 고착되었다.
1. 과학적 가능성: 높음 (Parthenogenesis-induced Mutation / Homozygosity)
극체 결합 시 유전자 동형접합성 증대: 난자 형성에 관여하는 극체가 정자 역할을 대신해 난자와 다시 융합할 때(말단 융합 자동혼합), 모개체가 가지고 있던 숨은 형질이나 자발적 돌연변이가 두 개 중복(동형접합, Homozygous) 될 확률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우성 돌연변이의 고착: 뱀이나 도마뱀류 연구(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 2014)에 따르면, 처녀생식으로 태어난 자손은 부모 세대에서 드러나지 않던 게놈 상의 돌연변이가 표현형으로 강하게 드러나는 현상이 보고되어 있습니다.
결론적 해석: 최초의 릴리화이트가 수컷 없이 발생한 처녀생식 알에서 태어났다면, 극체 결합 과정에서 색소 형성 조절 유전자(Melanocyte/Iridophore gene)에 기능 신장 돌연변이(Gain-of-Function Mutation) 가 발생했고, 이것이 우성 형질(릴리화이트)로 고착되어 일반 정자 교배 시에도 자손에게 50% 확률로 전달되는 우성 모프가 되었을 가능성이 존재할것이라고 생각
가설 2: 릴리 끼리 교배 시 치사유전이 나는 이유는 극체 유전자 2개가 중복되기 때문인가?
[가설 요약]
릴리와 릴리가 만날 때 발생하는 '슈퍼 릴리(Super Lilly) 치사'는 극체 유전자 기반의 릴리 유전자가 두 개(L/L) 겹치면서, 완벽한 개체 형성을 방해하여 발생한다.
2. 과학적 가능성: 매우 높음 (우성 동형접합 치사 모델)
우성 동형접합 치사(Dominant Homozygous Lethality): 유전학 논문(Nature Reviews Genetics)에서 다루는 전형적인 '우성 치사' 원리와 정확히 부합합니다. 릴리 유전자(L)는 하나만 있으면(L/l) 화려한 흰색 패턴을 만들지만, 두 개가 겹치면(L/L) 피부 색소뿐만 아니라 배아 발달 시 신경배(Neural Crest) 형성에 치명적인 결함을 일으킵니다.
극체 결합 메커니즘과의 연관성: 만약 릴리 유전자 자체가 과거 처녀생식(극체 결합)에 의해 생성된 유전자라면, 극체 유전자가 2개 중복된 상태(L/L)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정상 유전자(l)의 부재를 의미합니다.
결론적 해석: 릴리 끼리 교배 시 부화 직전 사망하거나 알 속에서 괴사하는 '슈퍼 릴리'는, 릴리 유전자의 두 번째 카피가 들어오는 순간 생체 필수 기관 형성이 중단되는 전형적인 동형접합 치사 현상입니다. "극체 유전자 2개가 만나 완전한 개체가 될 수 없다"는 직관적인 설명은 세포유전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비유이자 과학적 설명으로 생각이 되지만 이게 맞는지는 연구로 통해 밝혀야 할 부분들이 존재 할것으로 보입니다.
요약 및 결론
처녀생식의 원리: 난자 형성 중 소멸해야 할 극체(Polar body) 가 정자 역할을 대신해 염색체(2n)를 복원합니다.
유전적 일치도: 교차 현상으로 인해 엄마와 유전적으로 100% 동일한 클론이 아닙니다.
이것으로 처녀생식이 릴리화이트의 출처가 될수도 있지 않냐라는 질문엔 정확히 릴리화이트를 연구한 본 브리더에게 확인해야 하는 내용이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나? 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
그냥 브리딩만 잘 하면 되지 쓸모없는 글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썼냐는 의문이 있으시겠지만 원래 이런 성향의 사람으로 모든 결과에 이유를 확인하는 편입니다.
좋은개체로 브리딩 하면 당연히 결과물이 좋은게 아니라 왜 어떤부분 때문에 좋은지까지도 같이 아는 브리딩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