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한 번 봤다가 크레 50마리 키우는 사람이 됐습니다. 2024년 10월, 유난히 개인사가 안 풀리던 가을이었습니다. 장모님 지인분이 역술 공부를 하셨다길래, 소개받아 사주를 봤습니다. 평소에 사주를 믿는 편은 아닌데 어른께서 먼저 알아봐 주신 거라 감사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죠. 역술가님 왈, 제 이름에 물이 부족하답니다. 8년 전 취준 시절에 재미로 본 사주에서도 똑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역시 사주는 통계학이구나 싶었죠. 처방은 간단했습니다. "거실에 어항을 두세요." 그 길로 어항과 구피를 들였습니다. 구피에 추가로 안시를 들이고, 메다카(일본 송사리)까지 갔습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어느새 물생활 유튜버들이 장악했죠. 그러던 어느 날, '다비드 물생활'에서 아잔틱을 처음 봤습니다. 제가 알던 도마뱀과는 완전히 다른 비주얼이었습니다. 파사모에 가입했습니다. 피들은 덤이었죠. 아잔틱을 낮은 금액순으로 필터 걸어놓고, 소개글에 나오는 용어를 하나하나 검색했습니다. 100헷의 유전 관계, 점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 어떤 개체가 퀄리티가 좋은지. 어려웠지만 재밌었습니다. 개체 고민이 깊어질 무렵 어렴풋이 나마 물생활 짬바로 하나는 알고 있었거든요. 공부 안 하고 데려오면 말로가 고단해진다는 것을. 당시 점 있는 아잔틱도 비주얼 하나로 30~40만 원을 호가하던 시절이라, 가성비 있게 헷 100 두 마리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집은 일산 근처인데 마음에 드는 샵은 죄다 인천에 있더군요. 하루에 다섯 군데를 돌았습니다. 그렇게 텐저린 타입 트익할과 바브 타입 트익을 데려왔습니다. 첫 분양의 설렘, 다들 아시죠.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분 나오면 이미 결혼에 아기까지 상상하잖아요. 저도 그랬습니다. 머릿속엔 2g 베이비가 아니라 성체 메이팅에 아잔틱 해칭까지 긍정회로로 뇌가 가득 찼습니다. 그렇게 입양병에 걸렸습니다. 마침 와이프 지인이 크레 네임드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통화 끝에 저렴이 헷 두 마리를 약속하고 사육방 방문 날짜를 잡았죠. 약속 당일, 도미노 피자, 콤비네이션 한 판을 테이크아웃해서 인생 첫 사육방에 갔습니다. 샵에서는 호구 당할까 봐 질문 하나도 조심스러웠는데, 지인 사육방이라 마음이 한결 편했습니다. 근데 변수가 있었습니다. 헷 100은 지인 개체가 아니었습니다. 지인의 지인 개체였죠. 지인의 진짜 메인은 따로 있었습니다. '슈퍼 달마시안' 지금 봐도 고퀄인 슈달들이 랙에 쫙 깔려 있었습니다. 슈달에 빠지는 데 오래 안 걸리더군요. 결국 약속했던 헷 100 대신, 태어난 지 일주일 된 해츨링 슈달 두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저는 원래 극J라 모든 일에 계획을 세우는 사람인데, 그날만큼은 극P였습니다. 집에 와서 베이비들 세팅해 주고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공부한 노멀 퀄리티 기준, 슈달에선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제가 약간 홍대병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대중적인 주류보다 비주류를 좋아했어요. 그렇다고 아무도 안 하는 걸 개척할 용기는 없는 쫄보라, 메인에서 살짝 떨어진 걸 고르는 이상한 자아가 있죠. 노멀보다 슈달에 깊게 빠진 건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먼저 데려온 노멀들이 안 예뻐 보이기 시작한 겁니다. 직장인이다보니 여러 라인을 키우기는 힘들겠더라구요. 판매하려고 다시 보니, 월 높다고 데려온 아이는 크라운이 없고, 텐저린 색감이 예쁘다던 아이는 2차가 목까지 안 차 있었습니다. 결국 모든 초심자가 그러하듯, 데려온 가격의 반도 못 건지고 분양 보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해졌습니다. 갈 길이 정해졌으니까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입양을 시작하는데... (다음 편에 계속) #사진 1_맨 끝줄 소년 포스터(펌) 어제 재밋게 넷플 드라마 한편 때렸습니다 ㅎㅎ;; 드라마 보고 삘받아서 크레(=슈달) 입문기 남겨봅니다 #사진 2~4_젠지♀️ 지인 집에서 데려온 해츨링이 암컷이 되었고 30g정도 되네요! 2편에서는 같이 데려온 수컷, 화점♂️이 사진 올릴게요~ #사진 5_쇼군x랄로 유정 이상무
